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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Breath 21-16
₩25,000,000
서길헌, 〈Sacred Breath 21-16〉, 2021. 캔버스에 아크릴, 116.8x91cm.
SEO GUIL HEON, Sacred Breath 21-16, Cavas on Acylic, 116.8x91cm, 2021.
Description
[카그 노트]
‘시선’은 눈길이 가는 방향 혹은 주위, 관심을 의미한다.
우리는 매번 사라지고 만들어지는 세상 속에서 다양한 이미지가 시선에 닿는다.
대게는 스쳐지나가는 한 순간이라 기억에 남지 못할 것이지만,
일부는 우연한 계기로 시선에 닿아 그 이미지의 시간, 공간, 냄새, 분위기 모든 것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서길헌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작품에는 춤추는 듯한 역동적인 꼬임과 일정한 규칙이 혼재되어 있어, 감상자를 알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느낌을 준다.
강렬하고 에너지 있는 색채는 어지러움을 주면서도 감상자를 꽉 움켜쥐어 움직임을 멎게 하는 아이러니한 매력을 전달한다.
[작가 노트]
어릴 때는 모든 일이 전체적인 의미를 알 수 없기에 불가사의하다.
그때의 강렬한 느낌들은 삶 속에 감각의 기억으로 남아 세계의 일부를 이룬다.
살아가면서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하나씩 알아가는 동안 그러한 불가해한 의문이나 감각들은 옅어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러한 기억들이 여전히 흔적을 새겨놓고 있다.
그러다가 때때로 어떤 순간에 그런 느낌들이 문득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른다.
푸른 나무가 바람에 천천히 흔들릴 때, 고요한 호수 위에 나뭇잎이 떠있을 때,
한낮의 사람 없는 도시의 골목길에서 고양이가 기지개를 켤 때,
한가한 오후에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가 홀로 서걱서걱 움직일 때,
도시를 벗어난 작은 마을의 밤하늘에서 아직도 별 무리가 보석처럼 빛날 때,
문득 잃어버렸던 시간이 되살아난다.
세계는 불현듯 비밀의 문을 열고 그때의 시간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중략)
무연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 세상의 일들은 언제나 따로따로 부유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일 뿐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서로 다른 차원으로 조각난 시간과 공간 속에 시선을 던지면
시공은 제자리에 멈추어 이제까지의 맥락이 끊어져 버리고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모든 사물이 순수한 정물처럼 정지한 채 극적인 고요 속에 빠진다.
그럴 때 사물들은 오히려 생생한 감각으로 살아난다.
그런 순간의 세계는 평소의 상투적인 의미로 환원된 세계가 아니라
투명한 수정처럼 수많은 빛을 반사하는 단단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덩어리로 반짝인다.
세상을 말없이 바라보는 시선은 거추장스러운 겉모습을 깨고 세계를 안으로 수축시켜 명징한 수정으로 응결시킨다.
누군가는 이를 사회성이 없는 방관자의 시선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삶과 사회 속에 덧씌워진 베일에 대한 솔직한 응시라고 말하고 싶다.
이를 덮어두고 작가로서 늘 겉도는 이야기만을 할 수는 없다.
내 그림 속에서 꿈틀거리는 이미지들은 삶의 뼈대와 속살을 이루는
이러한 맥락 없는 감각들을 줄기차게 삶의 세계 속에 불러내는 너그러운 바람 같은 것이다.
이 바람은 신의 숨결처럼 따뜻하고도 차갑게 수정고드름을 얼리고 헛된 수정 궁전을 지었다가 녹이며
수정 거울이 달린 수정의 망토로 세계를 너그럽게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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