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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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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기, 〈행복한 정원〉, 2023. 캔버스에 유채, 73×91cm.
KIM EUN-KI, 행복한 정원, Oil on Canvas, 73×91cm, 2023.
Description
[김은기 평론]
동화적 문법은 회화에서도 위력을 발휘해 왔다.
마르크 샤갈은 부초처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유대인의 비극적 숙명과 정신세계를,
파울 클레는 음악적 감수성으로 분칠한 환상미를,
호안 미로는 인간 마음 맨 밑바닥에 숨어 있는 유희적 본성을,
앙리 루소는 어린이적 소박한 감성으로 바라 본 세계를 동화적 문법으로 풀어내
서양미술사에 이름을 올린 작가가 되었다.
김은기의 회화도 이런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 본 현실 같다.
행복, 기쁨, 즐거움, 호기심 이런 것들로 가득 찬 화면은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물로 가득 차 있다.
색채도 밝은 이미지를 주는 파스텔 톤이다.
이런 생각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는 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꽃이다.
(중략)
김은기 회화가 꾸준히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술의 근원에 대해 질문하고 해답을 주기 때문이다.
미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은 상상력을 키우거나 대중을 선동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종교적 상징으로 둔갑해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새
로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하기도 한다. 또는 돈이나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
이중 장식품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
예부터 미술의 장식적 기능은 유효한 가치로 인정받아 왔다.
인간의 원초적 시각 욕구인 아름다움을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김은기는 스스로 회화의 이런 기능을 위해 그린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행복한 이미지로 삶의 긍정적 기운을 북돋기 위한
그림을 그리노라고.
그는 이런 화면을 연출하기 위해 독특한 채색 방법을 사용한다.
미술사상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고 평가되는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즐겨 썼던 기법이다.
팔레트에서 화면에 바를 색채를 만들지 않고 캔버스 위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다.
처음 칠한 물감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색을 덧칠하는 방법인데,
붓을 비벼서 밝고 부드러운 색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략)
그런데도 서정과 판타지를 본분으로 삼아온 미술은 꾸준히 있어 왔다.
미술사의 곁가지처럼 자라면서 서정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서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본분이
시간을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시대 새로운 예술 코드인 ‘서정적 전위’다.
그 흐름에 김은기 회화도 있다.
– 전준엽(비즈한국 아트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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